친구들이나 지인들의 휴대전화 번호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몇몇 친구들의 번호는 저장하면서 ‘어? 좀 특이하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끝 번호가 하나의 숫자로 돼 있다든지 또는 네개의 숫자가 마치 우리가 흔히하는 말과 닮아 있다든지 등 말이다. 우리는 이런 번호를 ‘골드번호’라고 부른다. 이동통신사에서는 골드번호 추첨 이벤트 등으로 고객들에게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골드번호에 관심을 갖는 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중국에서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이 다섯번이 반복되는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가 우리나라 돈으로 3억 8천여만 원에 경매가 됐다. 현지 인터넷 매체 왕이와 이를 인용 보도한 국내 언론에 따르면 베이징시 차오양구 인민법원은 뒷자리가 ‘88888’인 휴대전화 번호를 경매했다.
시작가는 2천 위안(한화 34만 원)이었다. 하지만 무려 5천 번 넘게 가격 제시가 이뤄지면서 최종적으로 225만 위안(3억 8천여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번 경매에 나온 휴대전화 번호는 앞자리가 ‘189XXX88888’로 선호하는 숫자 배열로 구성돼 있었다. 이 경매에 응모한 사람만 589명, 경매를 조회한 사람만 6만 8천여 명에 달했다. 이 경매를 위해 알림을 설정한 사람도 2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왜 숫자 ‘8’에 열광하는 것일까. 중국에서 숫자 8은 발음이 ‘바’로 ‘돈을 벌다’라는 뜻의 ‘파차이((发财)’의 ‘파’와 비슷하다. 백화점의 고급 상품들은 8888 위안이나 8만 8888 위안 등으로 가격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개회식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열었다.
아무쪼록 고액으로 귀한 번호를 받은 사람은 앞으로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을 주고, 그리고 그 자신도 행운이 넘치는 삶을 살길 바란다. 번호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행운의 번호만큼이나 스스로를 가치있는 존재로 만들어나가는 것일 거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서로의 번호를 알고 있다는 자체가 삶의 기쁨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참고 <중국서 ‘88888’ 휴대전화 번호…3억 8천만 원에 경매돼>,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