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불패’ 픽사의 성공비결은?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 토머스 에디슨 –

 

 

「토이 스토리」, 「월-E」,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업」, 「인크레더블」, 「몬스터 주식회사」, 「벅스 라이프」 …….

 

영화에 대한 나의 관심은 지극히 대중적이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영화 제목과 내용 이외 다른 요소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큰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배우들도 정말 유명한 사람 이외에는 잘 모르며, 감독들도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누구나 상식으로 알만 한 사람들 이외에는 잘 모른다. 이러니 제작사는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그런 내가 몇 해 전에 영화 때문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위에서 소개한 영화를 모두 재미있게 보았는데,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모두 디즈니사에서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 애니메이션들이 모두 디즈니사가 아니라 픽사(Pixar)라는 회사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픽사는 현재 디즈니와 어깨를 견주는 애니메이션계의 ‘성공의 아이콘’ 중 하나이다.

 

그런데 픽사의 영웅들을 살펴보면 성공의 아이콘이라고 하기에는 좀 머쓱한 면이 없지 않다. ‘재기의 아이콘’이라고 해야 할까?

 

 

먼저 픽사의 비상을 이끌었던 「토이 스토리」를 감독한 슈퍼스타 감독 존 래스터(John Lasseter)를 보자. 그는 원래 디즈니 직원이었다. 그런데 왜 픽사로 왔을까? 픽사에서 거액을 주고 스카웃을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쉬우나, 그는 디즈니에서 ‘너무 말이 많다’는 이유로 짤렸다. 아이디어가 항상 솟구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 많을 수밖에.

 

하지만 디즈니는 그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해고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디즈니에서 멋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기에 해고를 당하고는 좌절했다.

 

존 래스터는 그후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과학자 에드 캣멀(Edwin Catmull)을 만나 픽사에 합류하게 된다. 그런데 픽사의 창업자인 에드 캣멀도 존 래스터와 마찬가지로 큰 실패를 맛 본 사람이다. 에드 캣멀은 당시 컴퓨터 그래픽 혁명의 최전선에 있었던 유타대학교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학위를 받은 인재였으며,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꿈은 대학교수였지만 좌절되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다.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앨비 레이 스미스(Alvy Ray Smith)는 픽사에 오기 전에 제록스사의 팔로알토연구소에서 2차원 컴퓨터 연구원으로 있다가 해고를 당했다.

 

픽사에서 최고의 실패자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였다. 당시 그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난 처지였다. 자기가 구축한 세계에서 쫓겨난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는 루카스 필름의 그래픽 분야를 인수하면서 에드 캣멀, 존 래스터, 앨비레이 스미스와 함께 픽사를 설립했다.

 

픽사는 이렇게 4명의 실패자들이 만든 회사다. 실패자들의 모임이어서 그런지, 픽사는 근 10년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밀어 붙이고 또 밀어붙였다. 이제 실패는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립 10년 만에 「토이 스토리」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애니메이션의 공룡 디즈니가 못해냈던 3D 애니메이션을 창시했 으며, 2006년 결국 디즈니는 픽사를 76억 달러(약 8조 4,600억원)라는 엄청난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그 핵심에는 디즈니가 해고한 존 래스터가 있었다. 인수 이후 그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최고 책임자로 금의환향했다.

 

인수 당시 픽사 주식 1주당 디즈니 주식 2.3주로 교환할 수 있었다. 픽사 주식의 50.1%를 가지고 있던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 지분의 7%를 가지게 되었다. 디즈니의 CEO 마이클 아이즈너가 1.8%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잡스는 개인으로서는 디즈니의 최대주주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픽사의 성공을 기점으로 애플로 복귀했고,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앱스토어, 아이패드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토머스 에디슨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실패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전진했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천 번에 가까운 실패를 맛 보았다. 그러나 그는 실패를 추진력 삼아 전진 또 전진했다. 초등학교에서 3개월 만에 퇴학당하는 등 이미 실패에는 이골이 났기에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신의 역량을 펼쳐나가며 끝내 1,093개의 특허를 등록할 수 있었다. 그리고 GE 사가 탄생했다.

 

인생이라는 링 안에서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도망치지는 않기를 바란다. 실패가 두려워 포기하는 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