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쾌감을 부르는 합법적인(?) 방법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에는 하드자(hadza)라는 부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지금도 수렵과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최초의 최후(The last of the first)’인 셈.

 

 

하드자족은 당연하게도 문명화된 사람들보다 운동량이 많은데, 하루에 달리기 같은 고강도 활동을 2시간 정도, 걷기 같은 가벼운 활동을 여러 시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 결과 육체와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하드자족에는 심혈관계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고, 현대의 유행병이라고 할 수 있는 불안감과 우울증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움직임이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한 실험에 의하면 활동적인 성인에게 2주 동안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게 했더니 불안과 짜증이 늘어났고, 임의로 일일 보행 수를 줄이자 88%가 더 우울해졌다고 한다. 활동을 더 줄이게 하자 1주일 만에 삶의 만족도가 31%나 줄어들었다고도 한다. 즉, 인간은 움직이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고강도 운동이 엔도르핀을 분출해서 기분을 좋게 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최근에 엔도르핀 말고 또 다른 물질이 주목받고 있다. 이 물질은 고강도 운동이 아니라 조깅처럼 적절한 강도로 운동할 때 분비되는데, 바로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물질이다.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s)에서 엔도(endo-)는 ‘내부의’라는 뜻이고, 카나비(cannabi)는 대마초를 의미한다. 즉,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몸속에서 생성하는 대마초 같은 물질이라는 뜻이다. 실제 효과도 대마초와 흡사하다. 통증을 가라앉히고, 기분을 고양시켜주며, 걱정이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시간이 느리게 가고, 감각을 고조시킨다. 말 그대로 합법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셈이다.

 

 

그럼 반대로 엔도카나비노이드를 억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금지된 체중 감량제인 리모나반트라는 약이 있다. 이 약은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용체를 차단해 식욕을 떨어뜨렸는데, 부작용으로 불안감과 우울증을 급격히 증가시켜서 결국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 약을 실험적으로 복용한 기자는 “내 평생 이렇게 침울했던 적은 처음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치를 높이는 방법은 적절한 강도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적당히 힘든 일을 20분 이상 꾸준히 수행하기만 하면 운동의 짜릿함, 즉 엑서사이즈 하이(exercise high)를 경험할 수 있다. “세상만사가 다 좋게 보인다.”라고 말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사람들과 가깝게 느끼도록 해주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운동한 날에 주변 사람과 더 긍정적으로 소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상호 협력할 때는 도파민, 엔도르핀, 엔도카나비노이드 같은 기분을 좋게 하는 화학물질이 동시에 분비된다고 한다. 즉, 운동의 짜릿함을 넘어 남들을 도울 때 느끼는 짜릿함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간은 움직이도록 진화했다. 움직일 때 더 즐겁고 행복해지며, 주변과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어쩌면 운동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멋있는 몸매를 만드는 게 아니라 행복한 마음을 만드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참고 : 책 <움직임의 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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