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때문에 회의감 느끼는 연대생

요즘 우스갯소리로 사표 쓴다는 말 대신 “나도 유튜버 할 거야!”라고 말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치킨집이나 할까?”였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농담도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유튜브가 대세라는 말이다. 많은 자본과 설비가 없어도 큰돈을 버는 유튜버들이 많기 때문에 일확천금의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때로는 잘나가는 유튜버를 보며 회의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한 대학의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연세대학교에 진학했으니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가볍게 여기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깎아내리는 것은 최악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유튜버들이 정말 관종짓밖에 못하고, 얼굴 이쁘고 잘생긴 걸로 성공하는 걸까? 저 학생이 모르는 유튜버의 진짜 모습을 하나하나 설명하겠다.

 

1. 성공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유튜브는 전형적인 복잡계다. 그리고 복잡계에서는 중앙값이 높은 정규분포가 아니라 극단값이 치솟는 멱분포를 따른다. 즉, 극히 소수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잘나가는 유튜버는 그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유튜버 대부분은 한 달에 치킨 한 마리 값도 못 벌거나, 심지어 수익 창출 조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한 채 돈 한 푼 못 벌면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이럴 거면 왜 하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99%의 유튜버를 보면서도 “나도 유튜버 할 거야!”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 말은 정말 우스갯소리로 남아야 한다. “나라고 못 하겠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뛰어든 순간 남는 것은 100명도 안 되는 구독자와 1,000도 넘지 못하는 조회수 뿐이다. 이런 경쟁을 뚫고 성공한 유튜버가 대기업 신입사원과 비슷한 돈을 번다면, 그거야말로 불공정한 게 아닐까?

 

2. 실력이 없으면 도태된다

 

유튜브가 방송국처럼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선점 효과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유명 유튜버 중에는 초창기에 시작한 덕을 톡톡히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최근 들어 몰락하는 1세대 유튜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독자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하고, 새로운 채널을 개설했다가 쫄딱 망하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유명하면 성공하기 쉬운 거 아닐까? 아니다. 유명해도 실력이 없으면 도태된다. 잘나가는 유튜버는 그저 유명한 걸로 잘 먹고 잘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현상 유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콘텐츠 소재를 찾아 헤메는 모습을 보면 처절하기 그지없다.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성공을 유지하는 일도 만만찮게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3. 눈물 날 정도로 힘들다

 

예전에 유튜버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특히,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분들을 섭외했기 때문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교훈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인상에 남았던 분이 있는데, 과학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학쿠키’님이었다. 이분과의 인터뷰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을까? 수익? 해외 탐방? 유명세? 아니다. 눈물이었다.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콘텐츠를 고민하고, 기획하고, 제작했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가 왜 고생을 자처했을까? 좋아했기 때문이다. 좋아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유튜버뿐만이 아니라 모든 크리에이터가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크리에이터는 퇴근이 없다. 일상 속에서 소재를 발견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콘텐츠로 만들 것인지 쉬지 않고 고민해야 한다. 그 와중에 계획한 콘텐츠를 쉬지 않고 찍어내야 한다. 정말 힘들다. 눈물 날 정도로 힘들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대학 시절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했던 공부는 진짜 공부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진짜 공부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는 것은 정말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유튜버들은 “회사에서 자기 할 일만 하면서 꼬박꼬박 월급 받는 사람들 정말 부럽다. 일 마치면 퇴근도 하고…”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마 저런 하소연을 하는 걸 보면 이 학생은 학교생활을 굉장히 열심히 했을 것 같다. 노력하지도 않았으면 실망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유튜버와 비교하니 결과가 초라해 보인다. 회의감이 들 만도 하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유튜버의 고생과 노력을 알아보고,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노력의 임계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그 임계점은 우리가 보통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다. 하지만 잊지 말자. 아무리 높다 해도 넘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참고 <연세대학교 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