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사귀는 필수조건

한 커뮤니티에 ‘여자친구 사귀는데 필수조건 몇 가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도대체 뭘까 궁금해서 클릭해봤는데, 일단 길이가 길어서 당황했다.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니 이해할 만한 것도 있는 반면, 너무 과한 조건이나 개인적 취향이라 느껴질 만한 것도 있었다.

 

 

혹시 이걸 쓴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당신은 연애하기에는 글렀네요.”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왜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저 조건에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러브 팩추얼리>에는 이와 관련한 재밌는 일화가 나온다. 경제학자 피터 배커스는 수학을 이용해 자신이 몇 명의 여성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지 계산해 보았다. (그는 사는 곳 근처에서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과 만나고 싶었다)

 

1) 그가 살던 런던의 여성은 400만 명이었다.

2) 이 중 비슷한 연령대에 속한 여성은 20%로 80만 명이 남았다.

3) 이 중 독신 여성은 절반으로 40만 명이 남았다.

4) 대학 학위를 딴 여성은 그중 26%로 104,000명이 해당한다.

5) 이중 그가 매력적이라고 여길 여성은 5% 정도로 남은 숫자는 5,200명이다.

6) 또한 그를 매력적이라고 여길 여성도 5%라고 계산하면 남은 수는 260명이다.

7) 잘 지낼 것 같은 여성을 10% 예상한다면 남은 여성은 26명이었다.

 

이렇게 조건을 하나하나 따지자 남은 숫자는 고작 26명에 불과했다. 피터는 결국 자신의 잠재적 여자친구는 차라리 은하계에 있는 외계 문명에서 찾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흔히 연애할 때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게 되고 여기에 개인적 취향까지 더한다. 하지만 이렇게 까탈스럽게 굴면 사랑의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정작 조건을 거는 사람들은 “나는 많이 안 따져.”라고 말한다. 내가 볼 때 뭐가 됐든 조건이 3개를 넘어가면 까탈스럽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지푸라기에서 바늘 찾는 것보다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럼 연애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건 대상이 아니라 과정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존재하더라도 당신이라는 사람과 맞춰갈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적절한 상대를 기다리는 사람을 두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면서 그림 그리는 기술은 배우지 않고 적절한 대상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했다.

 

연애하고 싶은데, 나 정도면 괜찮은데, 왜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이 너무 많은 조건을 따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조금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맞춰가는 과정이 바로 연애다. (사실 이 맞춰가는 과정이 진짜 재밌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랑은 변하는 거다. 처음부터 완벽해서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랑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맞춰가느냐에 따라 사랑이 더 깊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식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누구를 만날지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 사랑할지 고민하자. 사랑에 필요한 의문사는 ‘who’가 아니라 ‘how’다.

 

덧. 사랑은 변화하고 맞춰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상형의 조건으로 딱 하나만 꼽는다. 변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절대 변하지 않는 고집불통은 만나지 않는다. 솔직히 이 조건 하나만 걸어도 맘에 드는 사람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 그러니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이 3개를 넘어간다? 그냥 연애하기 글렀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덧2. 그냥 아무나 좀 만나라 제발… 아니면 좋은 사람 없다고 한탄을 하질 말든가….

 

참고
1) 여자친구 사귀는데 필수조건 몇가지 jpg, 웃긴대학
2) 책 <러브 팩추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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