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파혼 사유 (+상견례 꿀팁)

결혼을 앞두고 있다가 파혼하는 경우는 은근히 많다. 특히나 상견례 자리에서 결혼이 파토나면 안타까움이 극에 달한다. 보통 이런 파혼은 조금의 양보와 배려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흔하지 않은 경우로 파혼이 당연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다음은 한 방송에 등장한 파혼 사례인데, 이 경우에는 파혼한다는 결정을 굳이 말리고 싶지 않아 보였다.

 

 

 

흔히 연애와 결혼이 다르다고 한다. 연애는 둘 사이의 문제이지만, 결혼은 집안과 집안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안의 무엇이 핵심인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기회로 상당히 많은 상견례 자리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경험의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결혼은 문화 충돌이다. 즉, 한 집안의 문화와 다른 집안의 문화가 결합하는 문제인 셈이다.

 

내가 많은 상견례 자리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집이 예전에 한정식집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정식이라는 메뉴 때문에 상견례 손님이 유독 많았는데, 그런 자리를 서빙하면서 참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모든 상황에 다 들어맞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래도 보통 사람보다는 많이 본 경험에서 하는 말이니 들어 둔다고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1) 상견례 자리는 엄근진…

 

일단, 상견례 자리는 잔반이 넘친다. 우리 가게는 한정식이면서도 한상차림이 아니라 코스로 서빙했는데, 다음 메뉴가 등장할 때까지 음식에 손도 안 대는 경우가 꽤 많았다. 한 마디로 분위기가 경직돼있다. 분명 평소에는 서글서글했을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상견례 자리만 오면 엄숙, 근엄, 진지를 뿜뿜하기 바빴다. 결혼하면 한 가족이 될 텐데… 나는 그런 엄숙함이 그닥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단, 예외가 있는데 아버지들이 모두 주당인 경우다. 소주 2병이 넘어가면 아저씨들이 의기투합하기 시작한다.

 

2) 중요한 사항은 상견례에서 정하지 말자

 

상견례 자리에서 파혼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진짜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그럴 거면 이 결혼 없는 걸로 합시다.”라는 대사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수십 번의 상견례를 보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견례 자리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려고 하면 분위기가 냉랭해진다는 점이다. 좋은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는 경우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덕담과 추억거리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만 오갈 뿐이다. 그런데 결혼식 날짜부터 사는 동네까지 상견례에서 정하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서빙하러 들어갔는데 “날짜부터 정하시죠.”라는 얘기가 나오면 ‘오늘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다 어머니들이 팔짱 끼기 시작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제발 이런 중요한 문제는 상견례 전에 신랑, 신부라는 필터를 거쳐서 미리 정하고 만나자.

 

3) 예약할 때 꼭 상견례 자리라고 말하자

 

예약할 때 꼭 ‘상견례 자리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좋다. 식당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상견례라고 하면 이것저것 더 신경 써주는 경우가 많다. 메뉴부터 좌석 배치까지 달라진다. 그래야 ‘앉는 자리’ 같은 까다로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쪽이 상석인데, 보통 멀리서 오는 분을 상석에 앉힌다)

 

4) 최소한 종업원을 막 대하진 말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상견례란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는 진귀하고 신선한 경험이라는 점이다. 한 가족의 문화를 이루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것은 재산일 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고, 사는 지역일 수도 있다. 그래도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부모의 말과 행동은 당연히 자식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있고, 그렇게 한 가족이 오래도록 함께 살면서 몸에 밴 언어나 습관은 그 가족의 문화를 여지없이 대변한다. 세련된 도시 가족의 문화도 있고, 투박한 시골 가족의 문화도 있다. 물론 둘 중에 무엇이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질적인 문화가 함께 식사하는 행위를 통해 절묘하게 융합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종종 명백히 모자란 문화를 보여주는 가족이 있다.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거나, 눈치 없이 무례한 질문을 한다거나. 특히 식당 종업원을 막 대하는 가족이 있는데, 이런 경우 상대방 가족 입장에서는 ‘이 결혼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등장한 파혼 사례도 마찬가지다. 찜질방이나 중국집 물건을 슬쩍하는 것은 정말 몰상식한 문화다. 이걸 그 가족의 문화라고까지 말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물건을 온 가족이 용인하고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가족 문화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결혼은 두 가족의 문화가 결합하는 일이다.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고, 이것을 한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받아들이는 이해심도 필요하다. 그리고 어딜 가도 당당할 수 있는 문화를 가졌는지 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앞으로 나도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결혼할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좋은 가족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 : “찜질방 수건 때문에 파혼”…왜?, MBN 뉴스파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