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기 괜찮은 회사의 조건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면 본인이 가려는 회사가 어떤지 질문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하루 24시간 중에 자는 시간 8시간 빼면 16시간 중의 8시간,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면 10~11시간 이상을 회사와 관련해서 보낸다. 회사에 다니는 20~30년 정도는 거의 반 이상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회사에 다니는가는 내 삶의 만족도와 직결된다. 일단 들어가면 오래 다녀야 하므로 (처음부터 금방 그만두려는 사람은 잘 없으니) 이 회사가 어떤지 궁금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일단 소위 말하는 신의 직장이라는 곳이 있다. ‘연봉도 괜찮고, 정년도 보장된 곳’ 이런 곳을 보통 신의 직장이라 부른다. 나도 그런 신의 직장을 다녀본 적이 있다. 좋다고 해서 가봤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나와 맞지 않았다. 나도 나지만, 생각보다 그 직장을 다니는 분들의 삶의 만족도가 밖에서 보던 것처럼 높진 않았다.

 

대기업은 어떨까? 대기업 다니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첫 1~2년은 다들 만족하고 다닌다. 그런데 3년 차 정도 되면 정말 희한하게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그만두진 않는다. 밖에서 찾아보면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곳이 없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들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인데 막상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밖에 좋은 기회가 없는지 나갈 궁리를 한다.

 

그럼 열정이 넘치는 스타트업은 어떨까? 아주 좋다. 열정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이다. 생각보다 열정이 오래가지 않는다. 왜냐면 스타트업에게 현실의 벽은 정말 높기 때문이다. 물론 계중에 잘 풀리는 스타트업도 있지만, 90% 이상의 스타트업은 성장 과정에서 자금이 바닥난다. 투자를 잘 받아서 신문에 났던 스타트업이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밖에서 볼 땐 건실하고 멋진데 막상 일하는 사람들의 근속연수는 짧다. 그만큼 힘들거나 아무튼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에 가든 어떤 일을 하던 ‘유토피아’는 없다. 마치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정년이 보장된 회사에서는 나랑 성향이 맞지 않는 상사가 있을 수 있고, 연봉이 높은 회사는 언제 잘릴지 몰라서 걱정이고, 열정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회사는 겉만 번지르르한 경우가 많다. 유토피아는 없다.

그럼 괜찮은 회사가 없다는 말 일가?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회사가 최고의 회사인지 말하기 쉽지 않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 내가 다녀도 괜찮을지 판단할 땐 세 가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주변의 평판이 어떤지, 내가 배울 게 있는지, 조직이 똑똑하게 일하는지. 이렇게 세 가지만 갖춰져 있어도 아주 훌륭한 회사라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의 결론이다. 화려한 모습보다는 세 가지 관점에서 내실을 따져보길 바란다. 모두가 좋은 직장에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참고 <이 회사 어떤가요?> 네이트판

썸네일 이미지 출처: 드라마 ‘스타트업’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