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이렇게 힙해도 되나요?

유튜브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TV만 보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별의별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유튜브의 자동 재생 기능 덕분에 의외의 보물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종종 내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만날 때면 유튜브 알고리즘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알고 있다;;;) 이번에도 그런 방식으로 노래를 한 곡 만났는데, 럴수럴수 이럴 수가. 완전 빠져버렸다.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다.

 

 

 

어디서 이런 그룹이 튀어나왔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팀이 아니었다. 그룹의 이름은 ‘이날치’.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 이날치(1820~1892)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였던 장영규가 존재했다.

 

 

어어부 프로젝트는 90년대부터 활동한 인디밴드의 전설이다. 주류 가요계에서도 인디 씬에서도 조금이라도 비슷한 스타일을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사운드를 가진 팀이었다. 그 덕에 별명이 ‘한국형 아방가르드’ 혹은 ‘인디계의 반칙왕’. 이들은 영화 음악에도 많이 참여했는데, <강원도의 힘>,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 등 거장 감독들의 작품에 참여했고, 그중 장영규는 음악감독으로 현재까지 80여 건이 넘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장영규는 이전부터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을 선보여왔는데, 불교음악이 기반인 ‘비빙’이나 민요 록밴드 ‘씽씽’으로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장영규가 씽씽 해체 후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날치다. 장영규 본인이 베이스를 맡고, 씽씽 출신 드러머 이철희,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베이스 정중엽, 그리고 소리꾼 권송희, 박수범,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가 가세했다.

 

이날치 음악의 특징은 한 마디로 ‘흥’이다. 진짜 듣고 있으면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그 중심에는 두 개의 베이스가 만드는 리듬감이 자리 잡고 있다. 보통 밴드 구성이 1기타 1베이스인데 반해, 이날치는 2베이스를 쓰는데, 그래서 기타 리프에 해당하는 사운드를 베이스 리프가 대신한다. (누가 베이스 출신 아니랄까 봐) 이 리프가 흥이 절로 날 정도로 기가 막힌 데다, 묵직한 소리가 판소리의 앙칼진 목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얼핏 들으면 따로 노는 것 같은데, 한데 모이면 묘하게 잘 버무려진다. 부조화 속의 조화랄까? 영상에 등장하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자유분방한 의상과 춤사위도 이러한 특징을 잘 살려낸 것으로 보인다.

 

국악이 이렇게 힙해도 되나 싶다. 전통적이면서 세련됐고, 기발하면서도 친숙하다. 공연이 열리면 꼭 보러 가고 싶을 정도다. 이날치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수궁가’의 여러 대목을 가지고 곡을 지었다.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고 자라가 토끼 간을 구하러 가는 그 이야기 맞다) ‘범 내려온다’ 외에도 여러 곡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아래 영상을 보도록 하자. 역시나 베이스 중심의 묵직한 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1) 나무위키, 어어부밴드
2) 뉴시스, [인터뷰]장영규 “음악으로 작품확장, 이 믿음 없으면 안한다”
3) 조선일보, 씽씽 장영규, 이번에는 ‘이날치’···소리꾼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