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가 상사를 가르쳐 대박난 기업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은 트로이전쟁에 출전하면서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자신의 어린 아들 텔레마쿠스 왕자가 제대로 나라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가장 믿는 친구인 멘토(Mentor)에게 아들을 맡기기로 했다.

 

오디세우스가 전쟁과 혼돈의 세월을 보내고 20년만에 아타카로 돌아왔다. 그는 기뻤다. 텔레마쿠스 왕자가 지혜롭고 현명한 왕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멘토의 힘이었다. 여기서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스승, 선생, 상담 상대 등을 의미하는 멘토가 나왔고 멘토링은 비즈니스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노인을 ‘불타고 있는 도서관’이라고 여겼던 고대에서는 과거에 축적된 정보가 새로운 정보를 압도했다. 멘토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는 쏟아지는 정보가 과거의 정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양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분출되고 있다. 이제 노인은 젊은이에게 배워야만 한다.

 

 

1999년 영국으로 출장을 간 GE의 CEO 잭 웰치는 우연히 만난 젊은 엔지니어로부터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자신이 깨닫지 못한 놀라운 혜안을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적은 젊은이를 통해 본 것이다. 잭 웰치는 영국에서 돌아오자마자 500명이 넘는 GE 고위 중역들에게 각자 젊은이와 1대 1로 붙어 인터넷에 대해서 배우라고 지시를 한다. 멘토의 역할을 해야 하는 간부들이 원래 멘티였던 젊은이들에게 역으로 멘토링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라고 하고 GE는 역멘토링을 통해 불확실성 미래를 헤쳐나갈 빛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역멘토링은 SNS 열풍을 타고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IBM은 젊은 신입 직원들이 고참들에게 페이스북 등의 SNS 사용법과 새로운 스마트 기기들의 사용법들을 멘토링해준다. 휴렛팩커드의 경우는 직원들 스스로가 역멘토링을 도입했고 세계적인 광고업체 오길비앤드매더들은 파릇파릇한 신참들로부터 베테랑들이 패션, 음악, 예술 등의 최신 트렌드를 배운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경영전문 월간지인 패스트컴퍼니는 역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 회사가 전체 기업에 40%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발 빠르게 역멘토링을 도입하고 있고 특히 직원들은 역멘토링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남녀직장인 408명에게 역멘토링 제도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무려 응답자의 82%가 역멘토링을 시행할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역멘토링이 도입될 경우 어떠한 효과가 있을 것이냐의 질문에서는 ‘직급간 벽이 허물어져 회사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 같다.’가 37%로 가장 많았고 그외에 직원들의 소속감, 의욕 고취, 회사생활의 즐거움 상승, 이직률 하락 등을 들었다. 그리고 역멘토링을 통해 SNS와 스마트 기기, 최신 트렌드 등을 멘토링하고 싶다고 답했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이 있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젊은 직원들은 자신의 지혜를 기꺼이 나누고 싶어한다. 불치하문의 기업문화가 튼튼히 자리잡게 된다면 급변하는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