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영어 정복을 실패하는 진짜 이유

요즘 잘 나가는 유튜버 중에 ‘소련 여자’라는 분이 있다. 러시아에서 온 분인데 보통내기가 아니다. 국뽕과 팩폭을 넘나들며 듣는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이 입담 만렙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한국에 온지 4년이나 지났다는데 아직도 우리말이 많이 어색하다. 종종 말하기 힘들 때는 영어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4년이나 지냈다면서 왜 이렇게 말을 못하냐고 구박하자 이렇게 말했다.

 

 

역시나 팩트를 휘두르며 시청자를 두들겨 팼다. 억울하지만 명백한 사실이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그냥 두들겨 맞고 가만 있으면 안 된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영어 공부에 쏟아부은 돈과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2018년 영어 사교육비 규모가 5조 7천억 원, 성인 교육시장 규모도 7,2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왜 끝내 영어를 정복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절박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수능만 잘 보면 되는 수준에 만족했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딱히 업무와 관련 없으면 배워야 할 동기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막연히 바랄 뿐 정말 절박하게 매달리는 사람이 드물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구글신께서 다 번역해 주실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절박함이 없으니 10년 공부해도 잘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절박해야 할까? 절박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여기 영어 습관 고치기가 몹시 절박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신영준 박사는 영어를 처음 배웠을 때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군대에서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혼자서 아무리 연습해도 회화 실력이 늘지 않자 잘하지는 못해도 잘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덕분에 아주 잘못된 회화 습관이 들고 말았다.

 

생각나는 대로 바로 말을 못하는 게 답답했던 신 박사는 말을 할 때 “You know(너도 알다시피), I mean(내 말은), like (음, 그러니깐)” 단어를 무조건 붙여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영어를 한두 단어라도 더 말하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수업 시간에 발표를 몇 번 하고 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말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이 그런 불필요한 단어를 쓴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신박사는 자신이 잘못된 방법으로 영어를 하고 있다고 인지하고 그런 불필요한 말들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절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나쁜 습관은 무의식중에 계속 튀어나왔다. 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계속 불필요한 단어들을 대화 중에 쓰는 것이었다. 피드백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신 박사는 친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위해 아주 독특한 방법을 고안한다. 우선 흔히 스포츠 사진 기자들이 경기장 출입 신분증을 담는 비닐 케이스를 구매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비닐가방에 넣고 목에 걸고 다녔다.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내가 만약 I mean, You know, Like같이 불필요한 말을 하면 지적해 주세요.”

 

 

메시지를 담은 비닐가방의 위력은 대단했다. 신 박사는 누구에게 피드백을 받아서가 아니라 처음에는 정말 너무 창피해서 누가 볼까 봐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 짓궂은 친구는 그 내용을 읽고 신 박사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신 박사가 불필요한 단어를 쓰면 “삐”하고 소리를 내면서 계속 놀려댔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메시지 목걸이 때문에 온종일 자신 말하는 것에 신경을 집중한 덕분에 이틀 후부터 99% 불필요한 말을 쓰지 않게 되었다. 불필요한 말을 쓰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말의 속도를 길게 가지고 가고 또 말도 약간은 의도적으로 천천히 하면서 나쁜 습관을 교정한 것이다.

 

신 박사는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한다. 그만큼 메시지 목걸이는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강력한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덕분에 신 박사는 지금도 영어를 할 때 “I mean, You know” 같은 불필요한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진짜 절박한 사람은 해답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해답은 보통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도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살다 보면 그냥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은 공부에 유용한 습관 중 대표적인 15개를 나열한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밤에 딴짓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잠들기

 

TV 보지 않기

 

공부할 때 스마트폰 쳐다보지 않기

 

예습하기

 

복습하기

 

모르는 영어 단어는 따로 정리해서 외우기

 

오답 노트 작성하기

 

하루에 1시간 이상 책을 읽기

 

책 읽은 뒤에 꼭 서평 쓰기

 

논문 하루에 하나 읽기

 

주요 뉴스 매일 살펴보기

 

교재 뒷면에 연습문제 꼭 풀기

 

정리·정돈하기

 

운동하기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이 공부 습관을 잡으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습관을 들이기가 어려울까? 대표적인 원인은 우리가 습관을 만들 때 ‘의지력’으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거대하게 흐르는 물 같아서 우리의 의지로는 그 물줄기를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습관 목록 첫 번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다. 여러분은 오늘 아침에 어떻게 일어났는가? 대개 알람을 듣고 일어났을 것이다.

 

신 박사가 영어 습관을 고친 것도 마찬가지다. 비닐가방 메시지라는 알람을 통해 자신의 나쁜 습관을 고쳤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아침에도 일어날 수 있고, 회화 습관도 고칠 수 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진짜 절박한 사람은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 그러면 ‘의지박약’ 따위는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새해에 영어를 정복하고 싶다면, 영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습관이 삶이다. 그리고 그 습관을 만드는 것은 환경이다. 환경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당신의 공부와 업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