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일본 국민에게 불행인 이유

2012년 12월 아베 내각이 출범하면서 20년에 걸친 장기불황을 끝내기 위한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한때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듯 일본 경제가 호전되기 시작했고, 이에 ‘아베노믹스(abe+economics)’라는 말까지 나오며 일본의 경제 정책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럼 아베 정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6년이 지난 지금, 아베노믹스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아베 정권은 경기 부양을 위해 3가지 정책을 주장했고, 이를 ‘3개의 화살’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화살은 ‘대담한 금융 정책’이다. 이는 대대적인 통화 공급 확대로 쉽게 말해 시중에 돈을 마구 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국채나 회사채 주식을 사들여 시중에 돈이 넘치게 한다. 그 결과 풍부한 자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져 민간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물가도 상승한다는 것이 일본은행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실패로 돌아간다. 일본은행이 시중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했지만, 그 자금이 금융기관에서 민간에게 가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일본은 비교적 금융이 완화된 상태로 민간에는 충분한 자금이 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을 공급해도 굳이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두 번째 화살은 ‘기동적 재정 정책’이다. 실태는 ‘필요에 따른 공공투자의 확대’였다. 이는 ‘나라가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라는 것을 뜻한다. 아베 정권은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하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 두 번째 화살은 효과가 있었다. 2013년 경제성장률을 2.0%까지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베노믹스의 등장으로 경기가 좋아졌다’라는 인상이 만들어진 데는 두 번째 화살의 역할이 컸다.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은 충분히 할만한 정책이었다.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때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며, 정부가 공공사업을 위해 빚을 지더라도 이자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번째 화살이 문제였다. 이것 때문에 첫 번째, 두 번째 화살의 성과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간 게 아베노믹스의 결론이다.

 

세 번째 화살은 ‘민간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성장 전략’이다. 쉽게 말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라는 목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이 당장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이었다면, 세 번째 화살은 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 번째 화살의 주요 시책은 법인세 감세, 노동 규제 완화, 외국인 노동자 수용 범위 신설, 소비세 증세, 사회보장제도 축소다. 보다시피 기업의 부담은 줄어들고(법인세 감세, 노동 규제 완화), 국민의 부담은 늘어난다(소비세 증세, 사회보장제도 축소).

 

그 결과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졌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수출이 20조 엔 증가하는 동안 소비 지출은 고작 3조 엔밖에 늘지 않았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소비는 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평범한 샐러리맨의 생활은 4%만큼 가난해졌다는 말이다. 당연한 일이다. 노동 규제 완화로 근로 조건은 가혹해지는데, 사회보장제도까지 축소했으니, 사람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여겨 돈을 쓰는 대신 저축했기 때문이다. 즉, 아베노믹스의 결론은 ‘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라고 볼 수 있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핵심 요인은 소비 증가 부진이었고, 그 배경에는 임금 하락이 있다. 아무리 시중에 돈을 풀어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도 임금이 늘지 않는 한 소비 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베노믹스는 사람들의 삶과 행복에 무관심했고, 소비세 증세와 사회보장제도 축소 등 생활에 해를 입히는 정책을 추진했다. 잘 되지 않은 게 당연했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타산지석이 될 아베노믹스

 

우리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로부터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 핵심에는 코로나 사태가 있다. 질병 자체도 무섭지만, 코로나 사태의 진짜 위기는 경제에서 올 거라는 전망이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주요 여행사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주거나 인원 감축이 예정된 곳도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100년 전 대공황에 맞먹는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장기적인 소비 침체가 예상되고 그 결론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그런 장기 불황이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셈이다. 앞서 말했듯이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은 타당한 면도 있고, 실제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세 번째 화살로 인해 경기 부양은 실패로 돌아갔고, 국민의 삶은 더 불행해졌다. 결국, 잃어버린 20년은 잃어버린 30년이 되었다. 같은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무엇이 일본 경제를 끝없는 침체로 이끌었는가? 이를 모르면 똑같이 당할 수 있다.

 

참고 : 책 <일본 경제 3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