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방에 ‘훅’가는 일을 막는 방법

재앙은 천재와 인재로 구분할 수 있다. 천재지변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쓰나미나 태풍, 지진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재지변은 우리가 만든 재앙이기 때문에 사전에 조심하면 막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층간 소음으로 윗집에 항의한 후 받은 편지가 다음과 같이 올라왔다. 나는 그 편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많은 문제는 양자 모두 잘못인 경우가 많다. 정도의 차이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층간 소음은 원인 제공자가 워낙 명확하기 때문에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고스란히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받은 편지가 너무 어이없어서 대화하러 갔더니 인터폰으로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그만큼 층간 소음은 큰 사회적 이슈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1,000만 이상 국가 중에서 3위일 만큼 많은 사람이 작은 땅에 모여 살고 있다. 그래서 층간 소음뿐만 아니라 소음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나도 층간 소음 문제를 많이 겪어봐서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내가 겪은 고통이 컸던 만큼 아랫집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조용히 걸으려고 노력하고, 아이에게도 매트 위가 아니면 절대 뛰면 안 된다고 교육한다. 그래서 4번 이사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아랫집에서 항의를 받은 적이 없다.

 

다시 위에서 발생한 층간 소음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극단적 사례로 아랫집에 사는 사람이 매우 흉악한 조직 폭력배였다고 가정해보자. 그것도 모르고 조용히 해달라는 정중한 항의에 저런 터무니없는 편지와 고성을 질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물리적 폭력이 오가는 사달이 났을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었다. 더 극단적인 사례로 아랫집이 복수심에 불타서 윗집의 윗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윗집에 사주해서 더 큰 층간 소음을 발생시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편지의 논리대로라면 그건 그냥 윗집 사람들의 권리니까 고스란히 피해를 다 받고 살아야 할 것이다. 만약에 항의하러 오면 그 편지를 문 앞에 붙여두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 인생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고는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건을 재구성하면 대부분 인재로 발생한 사건들이 많다.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배려이다. 우선은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조용히 해달라고하면 어떤 액션을 취해보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일단 너무 미안하고 잠자는 10시 이후부터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조용히 해보겠다고 차선책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그래서 아파트 문화가 발달했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상황이 많아 관련 이슈가 자주 발생한다. 인구 밀도가 높은 것은 이미 팩트이다. 바꿀 수가 없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입장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면에서 이제 충분히 좋다. 우리가 헬조선을 극락조선으로 바꾸고 싶다면 이제부터 함양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조금씩 꾸준히 노력하면 그런 문화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함께 파이팅하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

 

출처 <층간소음 항의하자 윗집에서 준 쪽지>, 에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