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 도피형 결혼을 선택+후기 추가

가족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가족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정말 떼어놓고 싶어도 못 떼어 놓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에 관해 이런 말을 남겼다.

 

 

“가족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그의 아버지는 페인트공이었고 술을 마시면 늘 어머니에게 손찌검했다고 한다. 왜 기타노 다케시가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 법도 하다. 가족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태어나보니 이미 내 부모님, 형제들도 이미 내가 태어나보니 그들이 내 가족 구성원이었다.

 

“절친과 도피형 결혼을 선택”

 

철저히 운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족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과 상처에 대해선 언제나 무방비 상태로 당하길 마련이다. 여기 “절친과 도피형 결혼을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결혼 생활의 숨은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글쓴이는 30대 여자이고 신랑과 동갑이다. 제목 그대로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그들은 지금이 더 행복하고 마음 편하다고 한다. 두 사람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가족에게 고통받은 두 사람, 이제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주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에게 오랜 시간 고통받아왔다. 글쓴이는 언니에 치여 좋은 대학도 못 갔고, 남편도 형에 비해 공부를 못한다고 욕먹어가면서 겨우 전문대에 졸업했다. 금전 문제도 얽혀 있었다. 글쓴이는 집에서 무시를 당하며 지내왔지만, 집안 생활비와 언니의 결혼 자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몫이었다.

 

배우자도 마찬가지였다. 알콜중독 아버지에, 낭비벽이 심한 형의 카드 값을 두 번이나 갚아주었다. 초중 동창이던 둘은 더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글쓴이는 자신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혼을 택한 이유는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았고, 집 안에서 더 이상 호구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쩄든 저흰 잘살고 있습니다.”

 

 

너무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방법으로 결혼을 택한 것. 둘은 아이도 없다.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물려 주고 싶지 않아서, 딩크를 택했다.이런저런 가슴 아픈 사연들이 이었지만, 글쓴이는 “어쨌든 저흰 잘살고 있습니다.”라고 현재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전히 가족의 그림자와 상처 때문에 힘이 들지만, 어쨌든 잘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서로의 집에도 찾아가질 않는다. 이들의 상황을 보고 누군가는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권력으로 폭력을 행세하고, 함부로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무차별적으로 대한다면, 그들도 가족일까? 가족이라는 건 철저히 운에 맺어진 관계고, 그 관계를 이어지는 게 사랑이 아닌 무시와 폭력이라면, 스스로 관계를 끊어내는 게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게아닐까.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해도, 여전히 그 사람들은 소중한 존재이니까. 작게나마 이렇게 두 사람을 응원해주고 싶다. 이제는 각자의 존재로 두 명의 가족으로 행복한 날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