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생은 절대 하지 말아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절대 생고생을 돈 주고 사서 할 필요는 없다. 최저 시급이라도 받지 않으면 고생은 피하자. 젊어서 고생에 익숙해졌다가 재수 없으면 평생 ‘투덜이 스머프’로 살지도 모른다. 되도록 젊을 때는 고생이 아니라 좋은 경험을 해야 한다. 생산적인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면 투자해서라도 하는 것이 맞다.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듣고 싶은 조언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젊다고 생각하면 버는 돈의 액수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라. 능력치를 올리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능력만 있으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나중에 많이 있다.”

 

이 조언의 요지는 적은 돈이라도 제대로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는 돈도 벌면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삶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그런 일들을 말한다.

 

내 과거로 돌아가 보자. 나는 대학생 시절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인생에 큰 도움이 된 아르바이트와 그렇지 못한 아르바이트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 가장 오래 했던 아르바이트는 과외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편하면서 수입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외는 최소한으로 할 것 같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내 능력치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학생 신분을 고려했을 때 많이 벌었다고 생각한 돈은 생각보다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양이 아니었다.

 

반대로 당시 기억으로 시급 2,000원을 받고 했던 (이제는 전설이 된) 비디오 대여점 아르바이트는 돌이켜보면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대여점은 가게 주인이 연탄불 삼겹살집을 개업하면서 한동안 영업을 안 하다가 내가 알바생으로 지원하면서 다시 영업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가게에 사장은 없고 나만 있었다. 주도적으로 모든 것을 해야 했다.

 

일단은 오랫동안 반납받지 못한 비디오부터 회수하기 시작했고, 또 매출을 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자체적으로 개발했었다. 당시에 신작 말고는 인기 없는 비디오를 아무도 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깨닫고 원하는 비디오를 빌리지 못한 고객에게 옛날 비디오를 서비스로 대여해줬다.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가게 매출이 원래보다 1.5배까지 올라가서 주인이 나보고 정직원으로 일해볼 생각 없는지 제안하기도 했었다. 금전적 수입은 과외보다 훨씬 적었지만, 이때 배웠던 것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운 좋게도 누구의 통제 없이 주도적으로 내 아이디어를 실천해보고 그 결과를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고수입이면서 경험치도 높았던 아르바이트도 있다. 대학원 시절 재학 중인 학교가 세계적으로 랭킹이 높아서 견학을 오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여행사에서 시급 10만 원으로 대학원생 몇 명을 임시 가이드로 고용했다. 기왕에 하는 것 잘해보려고 준비를 단단히 했다. 단순한 학교 소개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넣어 학교를 안내했고, 대상에 따라 유학 생활이나 공부에 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 일은 10번 정도 한 것 같은데 나중에 여행사에서 나에게만 따로 연락해 학교 안내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때 가이드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작은 규모이지만 대중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기존에 없던 능력치를 올릴 수 있었다.

 

생계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은 사슴이 풀을 뜯고 사자가 사냥하는 일이랑 똑같은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한다. 하지만 돈 버는 일을 선택할 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고, 보수가 압도적으로 크지 않다면 (실제로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일을 통해 어떤 능력치를 쌓을 수 있는지를 더 높은 우선순위로 정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돈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젊어서 생각 없는 고생은 몸과 마음만 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절대 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