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는 범고래 미스터리

 

어릴 적에 <프리 윌리>라는 영화를 즐겁게 본 기억이 있다. 한 소년과 고래의 교감과 우정을 다룬 작품으로 아동 영화로는 더할 나위 없는 명작인 데다 마이클 잭슨이 부른 ‘Will You Be There’라는 명곡까지 주제가로 쓰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추억의 영화로 종종 소환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 등장했던 고래가 바로 범고래다. 아마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범고래를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범고래의 실체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범고래는 바다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 영어 이름도 무려 killer whale(살인마 고래).

 

 

신체 조건부터 포식자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날카로운 이빨, 5~8m나 되는 거대한 몸체, 3~6톤이나 되는 헤비급 체격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균형 잡힌 유선형 체형을 가지고 있어 최대로 달리면 시속 56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

 

 

게다가 지능도 높아서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하는 것은 기본이고, 미끼를 이용해서 낚시까지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최강자 수준인데 더 놀라운 점은 범고래가 사회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정도를 넘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며 필요하면 협동하여 사냥하기까지 한다.

 

 

위 사진은 처음 공개되었을 때 큰 충격을 주었는데, 빙하 위로 도망친 물개를 사냥하기 위해 범고래 무리가 협동하는 모습이다. 잘 보면 무작정 달려드는 게 아니다. 단체로 파도를 만들어 빙하 위의 물개를 바다로 떨어뜨린다. 환경을 이용하고 협동까지 하는 놀라운 지능을 보여준다.

 

 

 

범고래는 사냥감에 할퀴거나 물어뜯기는 걸 막기 위해 꼬리로 튕겨내곤 하는데, 이러면 사냥감이 내출혈을 일으켜 죽게 되고, 큰 무리 없이 얌전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유아들보다도 똑똑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내가 젓가락을 몇 살 때부터 썼더라…) 튼튼하지, 똑똑하지, 게다가 무리 지어 다니며 다굴놓지… 그래서 범고래가 등장하면 상어들도 도망치기 바쁘다고 한다. 한 마디로 바다의 조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범고래가 절대 건드리지 않는 동물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잡아먹거나 위협하지도 않고, 애완동물 수준으로 매우 친근하게 사람을 따른다. 가끔 물개나 바다사자로 오인해서 접근하다가도 사람임을 확인하면 즉각 추격을 멈춘다고 한다. 조사가 시작된 20세기 이후 야생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한 일은 단 한 번뿐이었는데, 그마저도 100바늘 정도의 가벼운(?) 상처만 남긴 수준이었다고 한다. (솔직히 범고래가 맘 먹었으면 물자마자 두 동강 났다) 단, 수족관에서 사는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해 죽이는 경우는 있는데,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범고래가 어째서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심지어 친구처럼 가깝게 여기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여러 가지 추측이 있을 뿐이다.

 

1) 고등생물로 인정합니다

 

범고래는 개별 개체 수준이 아니라 종 전체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이는 범고래가 규율을 정할 정도로 고도화된 사회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달리 특별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범고래의 협동 수준을 생각하면 전혀 과장된 추측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원래 안 먹던 음식이에요

 

범고래가 부모에게 배운 먹잇감만 먹는다는 가설도 있었다. 물개를 먹는 범고래와 아닌 범고래가 있어서 나온 말인데, 이후 범고래가 개나 사슴처럼 생소한 육상 동물도 잘만 먹는 것이 확인되면서 틀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3) 잘못 건드리면 X 되는 거야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을 건드렸다가 호되게 당한 기억 때문에 인간을 멀리한다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전 지구에 걸쳐 범고래를 학살했다는 기록도 없고, 근대에 들어서야 대규모 범고래 포경이 이루어진 만큼 이 또한 그다지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4) 사람은 맛이 없다

 

범고래한테 사람이 맛이 없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실제로 같은 이유로 종족을 보전한 동물이 있는데 바로 나무늘보다. 인간에게 사냥당하기 딱 좋은데도 불구하고 멸종하지 않은 이유가 살도 별로 없고 맛은 더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범고래가 인간을 사냥하지 않는다는 가설인데, 그렇다고 하기엔 인간만 보면 친근하게 구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유독 인간과 교감하는 이유도 역시 알 수 없다. 과연 범고래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직 자연에는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가득한 것 같다.

 

 

참고
1) 범고래와 인간과의 관계가 미스터리, 에펨코리아
2) 나무위키 범고래 항목